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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초콜릿_음식과 성(性)의 만남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소설 본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_음식과 성(性)의 만남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소설

웃자땡글아 2024. 11.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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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라우라 에스키벨
출판사 : 민음사

소설 리뷰

티타는 '막내딸은 죽을때까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집안의 전통때문에 사랑하는 페드로와 결혼을 하지 못합니다. 이에 페드로는 티타의 곁에 머물기위해 그녀의 언니인 로사우라와 결혼을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한 이는 티타가 됩니다. 요리를 통해 티타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맛을 통해 신비스러운 상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멕시코 음식의 맛과 향을 통해 에로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각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만지느냐, 또 요리의 할 때의 자신의 감정이 요리에 반영되는 것까지의 장면들이 마치 재밌는 리듬을 타는 듯합니다.

남기고 싶은 문장들


21%
그것은 태양까지도 녹일 정도로 강렬했다. 티타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일 헤르트루디스가 별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틀림없이 그녀의 몸에 붙은 사랑의 불이 그 열기가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채로 무한대의 우주를 지나서 그녀의 시선이 머물렀던 샛별에 다다랐을 것이다. 커다란 별들은 세계 곳곳에서 연인들이 밤마다 보내는 강렬한 시선을 한 번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렇게 수백만 년을 지탱할 수 있었으리라. 만일 한 번이라도 받았더라면 그 시선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열기 때문에 벌써 수천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별들은 사랑하는 연인의 시선을 받으면 그 즉시 돌려보냈다. 거울로 장난치듯 지구를 향해 빛을 반사했다. 그래서 밤마다 별들이 그렇게 반짝거렸던 것이다.


40%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방금 한 실험에서처럼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잠시 동안 우리는 그 강렬한 느낌에 현혹됩니다. 우리 몸 안에서는 따뜻한 열기가 피어오르지요. 이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사라지지만 나중에 다시 그 불길을 되살릴 수 있는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다시 말해 불꽃은 영혼의 양식인 것입니다. 자신의 불씨를 지펴 줄 뭔가를 제때 찾아내지 못하면 성냥갑이 축축해져서 한 개비의 불도 지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영혼은 육체에서 달아나 자신을 살찌워 줄 양식을 찾아 홀로 칠흑같이 어두운 곳을 헤매게 됩니다. 남겨 두고 온 차갑고 힘없는 육체만이 그 양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말입니다.


67%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진짜 진실이야. 진실은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89%
"아주 강렬한 흥분을 느껴서 우리 몸 안에 있던 성냥들이 모두 한꺼번에 타오르면, 강렬한 광채가 일면서 평소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 그 이상이 보이게 될 겁니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잊어버렸던 길과 연결된 찬란한 터널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 거고요, 그곳은 우리가 잃어버린 신성한 근본을 다시 찾으라고 손짓할 겁니다. 영혼은 축 늘어진 육체를 남겨 둔 채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할 테고요· · · ·."


89~90%
티타는 성냥을 한 개비씩 씹을 때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페드로와 함께했던 가장 격렬한 순간을 떠올려 보려고 했다. 페드로에게서 처음으로 뜨거운 눈길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손길이 스쳤을 때, 처음으로 뜨거운 관계를 가졌을 때를 떠올렸다. 티타는 결국 원하던 바를 이루었다. 그녀가 씹고 있던 인과 격렬했던 추억이 부딪히자 드디어 성냥에 불이 붙었던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시야가 밝아 오면서 터널이 다시 그녀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터널 입구에서는 페드로가 환한 광채에 휩싸인 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티타는 주저하지 않았다. 페드로에게 달려가 긴 포옹을 나누고 한참 동안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다시 절정에 오른 사랑을 느끼며 잃어버린 에덴을 향해 함께 떠났다.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


90%
내가 만든 크리스마스파이는 왜 절대 엄마 것처럼 나오지 않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티타 이모할머니처럼 양파에 민감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티타 이모할머니는 누군가 그녀의 요리법으로 요리를 하는 동안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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