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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편,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변신들을 망각한 채 살고 있다. 본문

'기억' 1편,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변신들을 망각한 채 살고 있다.

웃자땡글아 2024. 10. 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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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열린책들, 전미연 옮김
작가: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리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지은 기억 1편은 한번 시작을 하면 끊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합니다.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 이번 포스트로 끝나지 않을 듯싶습니다.
당신의 전생은 어떤 모습이였을까요?
어느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했던 부분일 것입니다.
남자였을 수도 있고 여자였을 수도 있고 동물이거나 꽃이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수많은 전생들에게 찾아가 현생의 자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현생의 자신의 처한 상황을 해결하고 전생에서의 삶은 그대로 역사로 기록되어져 왔음을 알게 되죠.
전생으로 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생을 찾아가고 싶으신가요?

남기고 싶은 문장들

p.7
우리는 우리 자신의 변신들을 망각한 채 살고 있다. -폴 엘뤼아르

그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우리는 기억하는 중이라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끝내 이기게 될 것입니다. -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p.44~45
1515년 마리냐노 전투
마리냐노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단다. 당시 직계 혈통이 아님에도 젊은 나이에 프랑스 왕위에 올랐던 프랑수아 1세는 왕권을 확립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만 노리고 있었지. 때마침 교황이 이탈리아 북부 귀족들의 문란한 풍속을 못마땅해한다는 걸 안 그는 소돔과 고모라에 비견할 만한 밀라노와 토리노의 귀족들을 혼쭐 내어 충성심을 보여 주겠다는 결심을 하지. 그가 알프스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북부로 진격하자 밀라노와 토리노 사람들은 그에 맞서기 위해 스위스 용병을 고용했어. 그렇게 이탈리아 땅인 마리냐노에서 프랑스인과 스위스인이 전쟁을 벌이는 촌극이 벌어졌단다.
비극이 시작됐지! 양측 군대는 눈과 안갯속에서 싸워야 했는데, 시야가 나빠 아군을 적군으로 인해 실수로 죽이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전력 손실이 어마어마했단다. 어느 날 새벽 악천후를 뚫고 스위스 용병이 프랑스 군대에 일격을 가해 승리를 거머쥐려는 순간, 베니 치나에서 프랑스를 돕기 위해 응원군을 보내왔단다. 베네치아 군대는 스위스 용병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웠지. 이후 프랑스 군대는 이탈리아를 떠났단다.


p.46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역사가들이 무엇을 기술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지.


p.54
5.므네모스:망각의 여신 레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빛의 여신 닉스에게는 쌍둥이 아들인 잠의 신 히프노스(최면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됨)와 죽음의 신 타 나노스(<타나토노트> 같은 단어의 유래가 됨)가 있다. 잠에서 깰 수 있고 없음이 이 두 형제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이다.
히프노스한테는 모르페우스(형태학 morphology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됨)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는 친숙하고 편안한 형태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꿔 가며 나타나 사람들의 잠들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신이다.
닉스에게는 망각의 개념이 의인화된 손녀 레테가 있다. 여신 레테는 종종 저승에 있는 동일한 이름의 강과 혼동되기도 한다. 레테강에서 영혼은 과거의 자신을 깨끗이 잊고 차분하게 환생을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다.
※ 므네모스 : 잊혀진 기억


p.76~77
탈무드-신생아가 엄마의 몸에서 나오기 전에 천사가 찾아와. 윗입술에 손가락을 대고는 <잊거라>하고 말한대. 그래야 아기가 지난날의 삶의 기억에 짖눌리지 않는다는 거야. 이 천사의 동작이 아기 몸에 남기는 흔적이 바로 윗입술과 코 사이에 <천사의도장>,즉 인중이래.


p.110
어렵지 않은 수수께끼 같으니까.내가 한번 풀어보죠. 열 손가락을 달력이라고 생각하고 쫙 펼쳐봐요.마르스의 Mars는 열두 달 중 3월이니까 왼쪽 엄지부터 하나,둘,세번째,즉 왼손 중지에 해당해요. 우트 Aout는 8월이니까,왼쪽엄지부터 차례로 꼽아 여덟번째에 해당하는 손가락,역시 오른쪽 중지에요. 마르스-우트,붙여서 <마르 수트>,당신의 레옹턴은 유산이 묻힌 장소를 알려 주는 대신 가족들에게 가운뎃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인 거에요.


p.146
살아 있는 한,우리에게 닥친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p.147
므네모스:허물벗기의 필요성
만물은 부단히 변화한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도 예외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망각의 강 레테의 상징이 뱀이었던 것은 이 동물이 놀라운 허물 벗기를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뱀은 이전에 껍질을 벗으면 새로운 껍질이 나타난다. 허물 벗기가 일어나는 동안 뱀은 앞을 보지 못한다. 이전에 껍질을 완전히 벗어 버려야 뱀의 탈피가 완료된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 뇌에서는 자는 동안 일종의 선별과정이 일어난다. 전날의 기억은 잊어야 하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 이렇게 둘로 나뉜다. 역설적이게도 망각현상 즉, 지난 껍데기를 버리는 것은 원활한 뇌의 작용을 위해 필요하다. 낮동안 벌어진 일들을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 뇌는 금세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다. 지나친 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지치게 되면 생각을 하는 것도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뇌의 선별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걸러지진 못했지만 무의식에서 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끌어 모으는 것이 꿈이 하는 역할이다.


p.171
23.므네모스:판도라의 상자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대장간의 신인 헤파이스토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주었다. 그러자 신들의 신인 제우스가 늘 그랬듯이 노발대발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은 강한 힘을 갖게 해 줄 그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불을 되찾아 오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제우스는 꽤심한 짓을 한 프로메테우스를 벌주기로 결정했다. 그는 복수를 위한 자신의 계획에 미끼로 쓸 인간 여자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헤파이스토스한테 부탁했다. 헤파이스토스가 찰흙과 물로 여자의 몸을 빚자 아테나가 이 형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옷을 입힌 뒤 천을 짜는 능력을 부여했다. 아프로디테는 이 여인에게 아름다움과 유혹의 힘을, 아폴론은 음악적 재능을, 헤르메스는 거짓말하는 기술과 남자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능력을 주었다. 이렇게 갖가지 재능을 받고 태어난 인간 여인은 모두의(판) 선물(도론)을 뜻하는 <판도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제우스의 기준에서 그녀는 여신 못지않게 아름다운 완벽한 여인이었다. 판도라는 미모와 지성과 매력을 모두 겸비한 여인이었다.
헤르메스가 나서서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에게 소개했다. 하지만 (이름이 <먼저 생각하는 자>를 뜻하는) 프로메테우스는 위험을 감지하고 그녀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는 동생인 에피메테우스에게도 제우스가 선물을 주면 절대 받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판도라를 만난 (이름이 <뒤늦게 생각하는 자>를 뜻하는) 에피메테우스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곧 결혼했다. 그런데 그와 함께 살게 된 신부 판도라가 제우스한테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와 더불어 받은 신비한 상자 하나를 들고 왔다. 이 마법의 상자 속에는 인류의 모든 고통이 들어 있었다. 에피메테우스의 아내가 된 판도라는 헤르메스가 불어넣은 호기심에 이끌려 매일 상자-사실은 항아리-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자 하나에 그렇게 끔찍한 것들이 담겨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그녀가 참다못해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상자를 여는 순간 인류의 모든 불행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노화, 질병, 전쟁, 기근, 가난, 광기, 방탕, 간통.
판도라가 실수를 깨닫고 마법의 상자를 다시 닫으려 했을 때는 이미 불행들이 세상으로 쏟아진 뒤였다. 그러나 아직 희망 하나가 그 안에 남아 있었다. 판도라의 상자 신화가 가르쳐 주듯이 이날부터 인간은 오직 희망만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p.177
기억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고 계세요? 사람은 감정이 발생하는 것만 기억합니다. 그런데 당신 아버님께서는 전혀 감정을 느끼지 못하세요.이 분한테서는 모든 게 그저 우중충한 회색으로 느껴질 뿐이죠. 다른색을 없는 거에요. 한마디로 이분의 정신은 모든것이 똑같고 천편일률적인 세계를 유영하고 있어요. 그러니 모든것에 무관심할 수밖에요.


p.181~182
<거짓에 익숙해진 사람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게 마련이란다.>
조지오웰이 쓴 미래소설 '1984'도 기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에서 공식 프로파간다의 책임자들은 현재의 정치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매일 아침 역사를 고쳐 쓰지만, 그 누구도 그 모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사람들에게 망각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 공식적인 과거, 공식적인 진실을 만들어 당시 집권 세력을 철저히 정당화한 것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어. 그게 필연적인 다원적 진화의 결과인 것처럼 말이지.
그런 과장에서 약자들은 지도에서 지워지고 강자들만이 살아남았어. 하지만 자연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아. 자연은 더할 뿐, 제거하지 않으니까. 인간만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을 내놓을 뿐이야.
<그들이 이긴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라는 다윈의 생각은 폭압적인 정치 체계들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지.


p.200
눈먼 목동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오솔길로 양 떼를 이끌 수 밖애 없는데,양들이 철석같이 그 길이 진리라고 믿지.


p.258
므네모스:집단의 기억
개인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일단 형성된 집단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집단 기억은 여러 층위로 다음 세계로 전달된다.

첫번째 층위는 가정 교육이다.
두 번째 층위는 학교 교육이다.
세 번째 층위는 이 잡단 기억을 부단히 매만지고 단단하게 굳히는 미디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층위는 기존 기억의 층위들을 구체화하는 개개인의 경험이다.


개인의 기억은 그 존재의 소멸과 더불어 사라지는 반면 집단 기억은 불멸해 계속 전파된다. 하지만 개인의 기억처럼 집단의 기억 역시 시간이 흐르면 사소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지우고 강렬한 감정과 결부된 순간들만 붙들어 남기게 된다.


p.264~266
그는 칠판에 <아시의 실험>이라고 적는다.
20세기 심리학자 솔로몬 아시는 17세에서 25세 사이의 청년 열명을 대상으로 시력테스트를 가장한 아주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실험 대상자들에게 각각 길이가 다른 선 세 개를 보여 주고 나서 어떤 선의 길이가 가장 짧은지 물었어요. 사실 실험에 참가한 열명 가운데 아홉 명은 가짜였고 한 명만 진짜 피험자였죠. 이 가짜 피험자 아홉 명에게는 미리 가상 긴 선을 가리켜 달라고 부탁한 상태였고요. 아시는 이 아홉 명에게 먼저 차례로 답을 묻고 나서 진짜 피험자에게 맨 마지막으로 발언 기회를 줬어요. 그런데 앞선 아홉 면의 선택을 듣고 난 열 번째 피험자는 가장 긴 선을 가리키면서 그것이 가장 짧다고 대답했죠.
이런 게 바로 순응주의의 위력입니다. 오류에 빠진 집단이 개개인의 사고에 미치는 위력이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죠. 정말 놀라운 건 뭔지 알아요? 솔로몬 아시는 똑같은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는데, 실험이 끝난 뒤에 진짜 참가자에게 나머지 참가자들이 오답을 가리키게 미리 짰다고 설명을 해줘도, 참 이상하지, 60퍼센트의 진짜 피험자는 여전히 가장 긴 선이 가장 짧다고 우겼다는 사실이에요.
이런 현상을 파뉘르지슴이라고 부릅니다. 라블레의 '제4서'에 나오는 파뉘르지금 양들에서 비로 된 표현이에요.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개인은 아무 생각 없이 집단의 선택을 따르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죠. 하지만 동화되고 싶어 무조건 남들과 똑같이 하려는 것은 무척 해로운 발상입니다. 그 선택의 결과 뻔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시스템으로 편입되면 우리는 집단적인 유권자이자 소비자로 만들어질 뿐이니까.
거짓을 듣는 데 익숙해진 세상에서는 사람들은 진실을 의심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하면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저 아이들이 생각에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게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p.273~274
...나도 잠재 인격의 심리학을 연구한 헬 스톤의 이론을 좀 얘기해 볼께. 그는 우리 무의식속에 여러 인격이 숨어 있는데, 우리가 그걸 소환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그것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도 된다고 했어. 가령 그는 우리가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목소리톤을 높이기도 하고 낮추기도 한다고 했어. 그에 따르면 이런 어조 변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 하는 사이에 일어난다는 거야.


p.313~315
므네모스:최면의 역사
최면술의 가장 오래된 흔적은 지금으로부터 3천5백 년 전 수메르 문명에서 발견됐다. 수메르인들은 최면을 <말[言]을 통한 치유>라고 불렀다. 그들은 의식을 세 개의 단계로 나누었는데, 환자가 이 단계를 밟아 내려가 긴장이 풀어지면 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집트에는 사제들이 잠든 환자들에게 암시를 주는 <잠의 신전>이 있었다.
스스로를 <영혼의 산파>라고 지칭한 소크라테스는 문답을 통해 제자들이 정신의 깊은 심층에 도달할 수 있게 했다.
루이 16세 시대에는 오스프리아 출신 의사 프란츠 안톤 메스머가 파리 살롱들에서 최면 상태인 환자를 치료하는 시연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인간의 몸에는 모든 생명체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일종의 유체가 있으며, 이것이 인간 간의, 나아가 인간과 생명계의 다른 존재간의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그는 이런 이론을 임상에 적용해 음악가인 모차르트와 하이든, 글루크 그리고 라파예트 후작을 치료했다. 1784년 루이 16세는 왕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들로 구성된 두 개의 위원회에 메스머의 이론을 검증하라고 지시했다. 두 위원회는 모두 메스머가 환자들의 순진함을 이용하는 사기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로부터 약 1백 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최면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1870년, 살페트리에르 병원 과장이던 장마르탱 샤르코 박사는 뇌전증 환자와 히스테리 환자의 치료에 최면을 이용했다. 샤르토의 방법은 동료 의사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지만, 그의 제자 중 한 명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비록 최면이 확실한 치료 효과를 가지지는 않지만 정신 탐구의 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1890년 러시아의 이반 파블로프는 외부 자극과 생명체의 행동 간 연관성을 밝힌 조건 반사의 법칙을 발견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파블로프가 개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인데, 그는 개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는 것은 그 소리를 음식과 연관 짓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법칙이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유명한 <파블로의 반사>이다.
이로부터 20년 뒤 미국 심리학자 밀턴 에릭슨은 약한 형태의 최면인 자가 최면을 연구한다. 그는 자가 최면을 통한 환자의 자가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환자가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고, 최면사는 환자의 최면 과정에 동행하는 안내자 역할에 그치게 된다.


p.335
<현실을 견딜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우리 모두 작은 광기 몇개를 내면에 간직할 수 밖에 없다.>


p.346
므네모스:해마
사람한테는 양쪽 뇌 가운데 각각 하나씩 두 개의 해마가 있다.
컴퓨터로 치면 하드디스크라고 할 수 있는 해머는 장기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해마에 저장된 정보는 피질 뉴런을 통해 접근하는데, 이 접근에 문제가 생기면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 발생한다. 분명히 해마에 있는 정보를 뇌에서 불러낼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와 외상은 해마 세포를 파괴해 작은 구멍을 낸다.
결국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해마가 손상돼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나 알츠하이머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p.349
그런 증상을 <기억 착오>라고 불러요. <현실과 다른 기억>이라는 의미죠. 이런 증상에는 <이인증(離人症)>이 수반되요. 환자 스스로 자신의 몸을 벗어나 다른 곳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고 느끼는 거에요.


p.350~351
SF작가 필립 K.딕은 이렇게 말했어요. <현실은 우리가 그것을 믿지 않게 되는 순각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말의 함의는,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세계에서, 우리 자신이라고 믿는 인력을 연기하면서, 우리가 말을 주고 받는다고 믿는 사람들에 둘러 싸인 존재일 뿐이라는 뜻이죠. 우리는 정체성이라는 건 우리가 바꿀수 있는 기억들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의미에요. 그거 알아요?어떤 기억을 자주 불러낼수록 그걸 변형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p.354
과거는 후회의 원천이고 미래는 두려움의 원천이에요.


p.368
니르바나는 영혼이 영원히 해방되는 것을 말해요. 카르마가 환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존재가 지극히 공(空)에 도달하는 경지를 뜻하죠. 당신은 더 이상 육신으로 거듭날 필요가 없게 돼요. 물질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영혼이 되는 거죠. 그렇게 우주의 시원, 가장 순수한 본질로 돌아가 빛과 에너지가 되는 거에요.


p.371
괴물에게 공포를 불어 넣으려면 그를 거울 앞에 세우면 돼요.
애벌레한테는 끝인 것이 사실 나비한테는 시작이요.


p.374
54.므네모스:담나티오 메모리아이
담나티오 메모리아이의 기원은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 말살형, 즉 망각의 형벌은 대역 죄인에 대한 기억을 사후에 모조리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죄인의 사후에까지 계속 적용되는 이 벌은 한 인간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악의 형벌로 여겨진다. 이에 반대되는 <콘세크라티오>, 즉 축성(祝聖)은 한 사람을 신성하게 만들어 영원히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p.392
지능적 대처란 같은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하지 않는 거야.


p.397
<어떻게 할지 모를 때는 그냥 웃으면 돼, 그러면 사람들이 네가 자신들이 모르는 걸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거든>...<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게 가장 끔직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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